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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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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1985 (2012)

Namyeong-dong1985 
9.2
감독
정지영
출연
박원상, 이경영, 명계남, 김의성, 서동수
정보
드라마 | 한국 | 106 분 | 2012-11-22
글쓴이 평점  


한가로운 평일 저녁

문득 떠올라서 알아보니 오늘(11월 22일) 개봉이다!!

토요일에 볼까 했던건데, 이런 저런 스케쥴때문에 오늘 관람을 했다.


"26년"과 더불어 꼭 봐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던 영화...

내가 거의 10년째 살아온 동네가 바로 남영동 옆인데......


이 영화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을 극화했다.

실제 벌어졌던 일을 토대로 만들었고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같은 사회고발적 영화이다.

"부러진 화살"을 만든 정지영감독이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같은 배우가 맡았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영화 내내 웃음기는 하나도 없었다.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는 나로선

초반부에 벌어지는 소소한 행동들이 그저 불안하기만했다...

(이래서 영화는 아무것도 모르고 봐야 재밌다니깐...;;)


(이제 막 개봉한 영화이지만, 내용 자체는 조금만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다 아실테고,

특별히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이란 생각은 안들어서 내용도 최대한 생각나는대로 풀어본다.)



영화는 극중 고문을 당하는 주인공인 "김종태"가 캄캄한 방에서 건장한 남자들에게 잡힌 채로 시작된다.

왜 잡혀왔는지, 건장한 남자들은 누군지, 김종태는 어떤 인물인지 설명은 전혀 없다.

그냥 그렇게 시작한다...

그러다가 "김종태"가 진술한 내용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vip실"이라는 곳으로 데려가고

거의 초반에 들어가게 된 그 방은 영화의 주 무대가 된다.


고문......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생각났다.

멜 깁슨은 일부러 그 영화에서 예수가 맞는 장면을 리얼하게 그렸다고 했다.

그 영화의 메시지는 바로 그 잔인한 장면이었다.

마찬가지로 (정지영감독이 일부러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남영동1985"는 고문하는 장면을 리얼하게,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가 보는게 영화라는 걸 매우 잘 알면서도, 배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물 속에 머리를 처박는 고문, 얼굴에 수건을 대고 물 뿌리는 고문, 모포로 몸을 말고 얼굴에 거즈를 대고 물 뿌리는 고문, 고추가루가 듬뿍 든 물을 얼굴에 뿌리는 고문, 전기 고문......

보는 내내 불편했고, 배우가 걱정됐다.

그리고 속으로 드는 생각...

그냥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 말하고 그만 편해져!!!!

실제로 영화에서도 그렇게 된다.

이미 몇몇은 그런식으로 자백을 했고, 그 자백의 결과로 "김종태"도 끌려 들어왔던 것이었다.


고문......

거기엔 인간의 존엄성은 하나도 없었다.

고문을 하는 사람도 너무 미웠지만, 그걸 돕는 사람들도 너무 미웠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저렇게 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미웠다.


결국 "김종태"는 그들이 원하는걸 다 진술하고, 영화는 급 분위기가 바뀐다.

6월 항쟁 이후 정권이 교체되는 장면, "김종태"를 고문하는데 일조했던 무리들이 재판을 받고 형을 선고받는 장면(근데 매우 짧은 느낌... 징역 1년...)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2004년으로 온다.

"김종태"는 대통령의 임명을 수락해서 장관직을 맡게 된다.

국무회의같은 걸 하는 자리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치 노무현 대통령을 흉내낸 듯 한)대통령이 "김종태"장관에게 실제로 당한 사람 입장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고,

직후 고문기술자 "이두한"이 감옥에서 성경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한번 만나볼 생각 있냐고 물어보는데 "김종태"는 자기가 만나기 싫다고 한다.

하지만, 신문에서 "이두한"이 목사가 된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갈 결심을 하게되고, 결국 찾아가서 둘은 마주보게 되는데

고개를 살짝 떨군 "이두한"과 그런 그를 바라보는 "김종태"... 몇 초의 침묵이 엄청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두한"은 "김종태"에게 용서를 빈다.

무릎을 꿇고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라고 말을 하는데

그런 그의 어깨에 손을 차마 얹지 못하고 뒤돌아서 나오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에서 몇몇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두한"이 "김종태"가 모든 걸 인정하는 진술서를 쓰고 마무리를 지을때 "세상이 바뀌고 아직 살아있으면 나를 니가 고문해라."라는 말을 하는 것... 그리고 그가 고문하면서 휘파람으로 불었던 "내 사랑 클레멘타인"...

맨 마지막 장면에서 "이두한"이 "김종태"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때 환청으로 들린 그 휘파람 소리...

안그래도 영화 "클레멘타인"때문에 이미지 안좋은데 이 영화 때문에 그 노래 이미지가 더 안좋아질 듯 싶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는 앤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나오는 "실제"피해자들의 인터뷰인 것 같다.

여러명이 나와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길 하는데, 뭐랄까... 가슴 깊이 먹먹해지는 느낌...

나에게 그런 고문은 영화나 이야기로 접하는 거였지만, 그 분들껜 실제였고, 그 트라우마가 아직까지 남아있고, 아직도 모든게 해결되지 않았다는게 너무 가슴아팠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나고 나갈때 극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가슴 속이 먹먹했고,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리는 것.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쩌면 그 일이 나한테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걸 인식하는 것.

우리는 아직도 그 과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민주국가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정말 제대로 된 민주국가가 되기 위해선 갚아야 할 빚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조금 지엽적이긴 하지만, 다뤄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용서"에 관한 것...

극중 "김종태"는 "이두한"을 용서해줘야 하는 것일까?

이 글에는 너무 곁다리가 커지니 자제하고 다른 글로 다루도록 하겠다.



시종일관 어둡고 불편하고 무겁고...

그래서 이 영화는 절대 조조로 보는건 권하지 않는다(아마 하루가 우울해질지도...)

또 언론에서 남자 주인공의 성기노출을 이슈시키는걸 봤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걸 이슈시키지 않으면 좋겠다.

이슈시켜야 할 더 많은게 있는데 고작 그런게 이슈라니...(물론 그 정도 노출까지 감행한 배우분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꼭 보길 바란다.

혼자 보지 말고 친구들 데리고 가서 보길 바란다.

부모님 모시고 가서 보길 바란다.

꼭 그러길 바라고, 꼭 대선때 투표하길 바란다.


이런 영화는 별점을 매기는게 너무 송구스럽지만,

그래도 할껀 해야지;;


별 5개 만점에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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