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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셔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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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1반(칠학년일반)이라는 걸그룹이 있다.

이 그룹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유튜브에 올라온 직캠을 보면서 알게 됐다.

다른 것보다 룰라의 3!4!를 부른 무대 영상이 보여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게 되었다.

3!4!를 녹음한 것 같진 않고, 무대용으로 연습한 것 같은데, 과도한 노출? 같은걸로 논란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여튼, 그렇게 이 그룹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소속사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에서 "빵셔틀" 논란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아래는 그 논란에 대한 소속사(다른별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이다.

http://drbent.com/entry/공식입장전문



별로 관심도 없던 걸그룹에 대해서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 "공식입장" 때문이다.


7학년1반의 컨셉(7학년 이라는 새로운 학년을 만들어낸...)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그리고 "빵셔틀"이라는 별명이 존재하는 것 까지도 존중할 수 있다.

다만 그 공식입장이란게 너무 말도 안되는 것 같다.


공식입장에서도 언급했듯 "사회는 물론 학교의 학급 안에서도 소위 '왕따'나 '빵셔틀'과 같은 어두운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어두운 면이라고해서 무턱대고 덮어두고 숨기는 것보다는 밖으로 꺼내 긍정적인 의미로 탈바꿈 시킨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저 글을 쓴 사람의 인식이 어떤지 궁금한데, 빵셔틀이라는 용어가 왜 생겼는지, 그게 의미하는게 무엇인지 과연 알고 있을까?


세상엔 여러 단어가 있다.

어떤 단어는 문화나 분위기에 따라 긍정적인 뉘앙스를 가질때도 있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작은 머리"는 우리나라에선 긍정적인 뉘앙스를 가진다. 친구와 셀카를 찍을 때 친구가 더 뒤로 물러서서 머리를 작게 찍히도록 하는건 일종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머리가 작다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칭찬이다.

하지만 JTBC에서 하는 비정상회담을 보면 외국에서 온 친구들은 그 말을 오히려 싫어한다. 자기네 문화권에서 작은 머리는 뇌가 작다=멍청하다 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빵셔틀"은 어떤 단어일까?

그 단어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단어로 빵 배달 해주는 사람을 지칭한다.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자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빵 배달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일단 아무런 댓가도 없이 빵을 사다줘야 하고, 어떨땐 빵값도 자기가 내야하는게 빵셔틀이다.

힘 쎈 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방법 중 하나가 빵셔틀이다.

빵셔틀이라는 단어는 그런 배경에서 생긴 단어다.

빵셔틀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착취다.

만약 착취가 아니라면 그걸 빵셔틀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 단어를 아무리 좋게 말한다고해서 그게 긍정적인 의미로 바뀔 수 있을까?

빵셔틀이 미덕이 되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일까?

앞서 예로 든 "작은 머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좋은 의미가 된 이유는 예쁜 외모가 미덕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에서 온 친구들은 예쁜 외모를 선호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그 선호도가 낮고, 반면 머리 속에 든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작은 머리는 부정적 뉘앙스를 가진다.

어떻게 보면 머리가 작다고 그 속에 든게 적다고 볼 수 없다.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된 문화라고 본다.

하지만 어쨌든 머리 속에 든게 외모보다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 때문에 작은 머리는 칭찬이 아니다.


물론 맴버별로 별명을 가지면서 빵셔틀이라는 별명을 가졌다는 것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컨셉이 빵셔틀을 보여주면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는거니까.

근데 공식입장이라고 올라온걸 보면 말문이 막힌다.

빵셔틀을 긍정적인 의미로 탈바꿈 시킨다는게 뭘 의미할까?

우리 모두 빵셔틀이 되자는 걸까?

빵셔틀을 별명으로 쓰면 그게 왕따당하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걸까?


물론 신인으로 어쨌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여러 논란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속옷 노출 논란"이나 "빵셔틀 논란"은 성공적이다.

다만 이 기획사는 일베 논란으로 폭망한 크레용팝의 사례를 무시했다.

어떤 경우든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있는데, 내가 볼 땐 그 선을 슬며시 넘어섰다.

아이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부디 말을 할 때 좀 더 신중하면 좋겠다.



한가지 첨언

어떤 기사를 보니 빵을 좋아해서 빵셔틀이라고 별명을 지었단다.

자기가 쓰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정말 빵셔틀을 당해본 아이가 빵셔틀을 별명으로 붙일 수 있을까?

나중에 그 상처가 치유가 된 이후에야 우스갯소리로 붙일 순 있겠지만,

그 상처가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절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저 상처를 후벼파는 비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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