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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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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원고인 삼일교회의 일부 승소.
삼일교회에서 전병욱 목사에게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가지인데 정확히 무엇으로 인한 일부 승소인지는 판결문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1. 전별금 반환 기각
삼일교회가 전병욱 목사 사임시 지급한 전별금 중 2년치 봉급과 성중독치료비 명목으로 준 1억원을 반환하라는 주장은 기각이 되었습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기때문에 기각이 되었습니다. 매우 아쉬운 부분이긴 한데, 재판을 시작하면서도 크게 기대를 하지는 못했던 부분이긴 했습니다.

2. 손해배상 청구 인용
삼일교회가 피해자 배상을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돈과 전병욱 목사로 인한 명예 훼손을 배상하라는 주장이 인용이 되어서 총 1억원을 삼일교회에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한 판단도 있었는데, 삼일교회에서는 다섯명의 사례를 주장했고 고등법원은 이를 모두 인정했죠.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22페이지짜리 판결문에서 약 15페이지에 걸쳐 다루고 있는 만큼 법원이 얼마나 신중하고 자세하게 판단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바로 2번에 대한 내용이었고, 그 중에서도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판결문에 얼마나 어떻게 인용이 될 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제 우려를 알고 있었다는 듯 법원에서 이렇게 자세히 피해사실에 대해 다뤄서 놀랐습니다. 아마 법원도 이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었는지 알았기에 이런 판결문을 발표했으리라고 봅니다.

판결문에는 피해사실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어서 판결문을 다 공개하지 못하지만, 일부만 옮겨봅니다.

"피고의 원고 교회 여신도들인 피해자 A 내지 E에 대한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성추행 및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고, 그 중 피고의 피해자들에 대한 추행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기습추행으로서 형법 제 298조의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인다."

"일부 피해자는 피고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일삼았음에도 피고를 '영적인 아버지'라 생각하여 이를 다른 교인에게 알리거나 신고를 할 생각을 못하였고, 피고가 치유되기를 바라며 기도를 하였다고 진술하는 등 피고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감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이유로 피고의 성추행 및 성희롱 행위를 계속 참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피해자는 다른 신도들이나 원고 교회의 장로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자 자신을 '이단'이라고 하거나 '꽃뱀' 취급을 하는 등 주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이유로 더 적극적으로 피고를 신고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 등으로 피해자들이 피고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한 후 즉시 신고를 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피해자들이 피고를 모함할 목적으로 함께 허위사실을 꾸며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피해자 A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피고의 성추행 및 성희롱 내용을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그 성추행 및 성희롱의 장소, 내용 및 방법 등이 피해자 상호간에 상당 부분 일치하는바, 피고는 담임목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장기간 다수의 여성 신도들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하여 온 것으로 인정된다."

"피해자들은 수년간 또는 수개월간 담임목사 집무실 등 교회 내에서 피고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 피해를 입으면서도 담임목사인 피고의 지위 및 피고와 피해자들의 관계에서 비롯한 중압감으로 인하여 외부에 피해사실을 제 때 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 A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들은 평소 원고 교회에 성실하게 출석하고 선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원고 교회 신도들 중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은 원고 교회 내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교회 활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였는바, 피고에게 입은 피해를 교인들 및 외부에 알리면 자신이 더 이상 원고 교회에 출석하기 어려워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신고를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는 이러한 상황과 담임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피고의 이 사건 성추행 등 행위로 인해 담임목사를 신뢰하고 존경하던 원고 교회 신도들이 느낀 충격은 상당하였을 것이고, 신도들 및 기독교계를 비롯한 외부 사회에서의 원고 교회에 대한 신뢰 역시 크게 하락하였음이 분명하다."


현재 전병욱 목사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조만간 결론이 나오겠죠.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을 인정하고 자숙하는 것 뿐일 것입니다.

가끔 여전히 전병욱 목사를 옹호하며 모함을 받고 있다거나 만들어진 피해자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이 판결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병욱 목사는 모함을 받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을 외면하기 위해 만들어 낸 거짓말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간혹 저에게 전병욱 목사가 자살이라도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는 문들이 있더군요. 그 분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저라고 좋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줄 아십니까?

저는 제 살을 깎는 고통으로 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병욱 목사는 제가 15년 전에 서울로 올라오면서 정착했던 교회의 담임목사였고, 그의 예배 인도와 설교는 알게 모르게 제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다 좋진 않았겠지만 분명히 좋은 영향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도 교회를 다니고 목사를 존경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입니다. 전혀 좋지도 않고 매우 불편합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신앙 철학이 좀 다르거나 설교 인용이 좀 이상한 걸로 이런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병욱 목사로부터 피해입은 사람 중에는 제가 직접 아는 사람도 여러명입니다. 어쩌면 저는 남자이기때문에 전혀 피해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을 뿐일 것입니다. 피해자가 내 누나, 내 동생, 내 여자친구, 내 딸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쩌면 이렇게 '말'로만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재판에는 피해자가 다섯명이라고 나왔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재판에 올리지 못한 사람은 훨씬 더 많습니다. 가벼운 성추행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수십, 어쩌면 수백명의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 신앙 양심은 이 일을 외면하지 못하게 했고,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이 일은 끝이 나야 끝날 것입니다. 그저 중간에 흐지부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 어쩌면 제가 신앙을 버린다면 어영부영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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