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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12 민중총궐기 박근혜 하야 집회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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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때 사람들과 함게 응원해 보겠다고 서울 시청 광장에 호기롭게 갔다가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십여분을 끌려다녔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하게 됐다.

그 이후로 시청 광장에서 하는 집회에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오늘 집회는 2002년 월드컵때 응원하러 모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광범위하게 모인 것은 처음 봤다.



숭례문 앞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차도는 이미 통제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차도로도 다닐 수 있었고, 시청 앞 광장에 다가가면서부터는 내가 걸어가는 게 아니라 휩쓸려다녔다고 하는게 맞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대한문 앞에서 시청역 2번 출구까지 100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15분 정도만에 갔으니 말 다했지.



그래도 꾸역꾸역 들어가보니 시청역과 광화문역 중간 지점은 좀 비어있더라. 하지만 딱 거기만 좀 비어있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부터 광화문 광장에 이르기까지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역시나 내 힘이 아닌 인파에 휩쓸려 분속 5미터 정도의 속도로 지나다녔던 것 같다.



광화문 광장에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 곳에 있는 세월호 천막과 아이들의 사진을 보니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 갈 때마다 마음이 힘들어서 잘 못가는 곳인데, 간 김에 세월호 리본 몇개를 더 집어왔다.



어디 앉을 곳도 없어서 서성이던 중에,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는 사람들이 종각역을 지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설마 진짜 청와대로? 가능할까? 하는 마음에 그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종각역 방향으로 가는 길 역시 험난했다. 꾸역꾸역 인파에 휩쓸려 종각역 방향으로 가는데, 행진하는 사람들이 보이더라. 얼른 그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행진을 했다. 그렇게 종로 소방서 앞을 지나 경복궁 사거리에 다다르니 거기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진해서 청와대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고, 방향을 꺾어 광화문 쪽으로 행진했다. 역시나 광화문에도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함게 행진을 하면서 경복궁 역까지 갔다.



경복궁 역에서 청와대 쪽으로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거기에서는 경찰이 길을 막고 있더라. 거기에서도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발언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백남기 농민 사망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농민연합?에서 거대한 상여를 매고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해 경복궁 역 앞까지 왔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가 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어간다.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파서 나오기로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역시 험난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몰려와서 거의 90만명이 모였다고 하더라.



돌아오는 길에도 원래는 10분도 안걸릴 거리를 40분이나 걸려서 빠져나왔다. 역시나 동화면세점에서 부터 시청 광장까지 꽉꽉 막혔다. 다행히 코리아나 호텔을 막 지나 오른쪽 주차장으로 빠지는 길은 별로 안막혔다. 거기 주차장은 알았지만, 막힌 곳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뚫려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원래는 2시부터 집회 참석을 할 계획이었는데 급작스럽게 일정이 생겨서 4시 좀 넘어서 출발했다가 9시쯤 되서야 들어왔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5시간이나 돌아다녔구나..;; 그 동안 한번도 안앉고 돌아다녔으니 다리와 허리가 아플 수 밖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시청 앞에서부터 광화문 역 일대와 광화문 앞, 그리고 경복궁 역 일대까지 사람들이 가득가득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모였을까? 나는 왜 그 곳에 갔을까?

유독 교복을 입은 아이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꼬마들이 눈에 띄었다. 왜 이 아이들은 이렇게 복잡한 곳에 왔을까?

민심은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는데 그 분만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왠지 더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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