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TOTAL
완전 대실망한 cgv천호 IMAX관
728x90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IMAX관이 용산에 있지만,

한때는 cgv천호에 가장 큰 IMAX관이 있었다.

당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기 위해 한시간가까이 걸려 다녀왔던 적도 있는 극장이다.

이후 cgv용산아이파크몰이 리뉴얼을 했고, 이제는 IMAX 영화를 보기 위해 멀리 다녀올 필요가 없어서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용산에서 IMAX 3D로 관람을 했다.

물론 그 만족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좌석이 너무 맨 앞이어서 약간 아쉽긴 했다.

한번 더 볼까 했는데, 좋은 자리는 여전히 구하기 어려워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IMAX 2D로 상영하고 있다는 글을 발견했다.


3D효과를 내는 원리는 몇가지가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결론적으로 3D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필요하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다른 극장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적어도 IMAX관은) 프로젝터 두대로 상영을 한다.

프로젝터 하나의 화면이 3D안경의 한쪽에만 들어오고, 또 다른 프로젝터 하나의 화면이 3D안경의 또다른 한쪽에만 들어와서 최종적으로 3D효과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같은 영화를 3D로 보느냐 2D로 보느냐는 단지 입체냐 아니냐의 차이만 나는 건 아니고,

특히 결정적으로 화면의 밝기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 글도 IMAX 2D로 보니 훨씬 더 영화가 몰입되고 좋더라는 평이었다.


그 글을 보고 부랴부랴 IMAX 2D상영관이 있나 찾아봤다.

마침 나도 오후에 시간이 비어서 그날 바로 볼 계획이었다.

아쉽게도 cgv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은 3D상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갈수 있을만한 거리에 있는 cgv상암과 cgv왕십리, cgv천호에서는 3D와 2D를 교차 상영하고 있었다.

이왕에 보는거 큰 스크린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cgv천호 IMAX관을 예매했다.

평일 저녁이라서 2D이고 스탠다드석이었지만 14,000원이나 했다.


cgv천호는 5호선 굽은다리역 1번출구로 나와 홈플러스로 들어가는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돌아가면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전철역에 연결된 홈플러스로 바로 들어가도 올라갈 수 있을까 해서 들어가봤는데 길이 없더라;;


cgv천호에는sphereX관도 있다.

아직 sphereX관은 못가봤는데, cgv영등포에도 sphereX관이 있으니 기회가 되면 cgv영등포에 가봐야겠다.


영화는 시작했고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영상까지 다 봤다.


비싼 돈을 내고 IMAX관을 찾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1. 커다란 화면

2. 쨍한 화면

3. IMAX특유의 효과(화면비 등)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모든 장면을 IMAX 카메라로 촬영해서 영화 상영 내내 1.90:1의 화면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굳이 2D 상영관을 찾은 이유는 쨍한 화면을 경험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cgv천호 IMAX관은 쨍한 화면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IMAX관에서는 특유의 시작화면이 있다.


영화 상영 전에 나오는 광고 영상은 IMAX로 촬영한 것이 아닐테니까 별로 신경을 안쓴다.

실제로 엄청나게 큰 화면에서 보기엔 해상도가 조금 떨어져보이는 광고 영상도 종종 있어서 별로 신경을 안쓴다.

그런데 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소위 눈호강이 시작된다.

처음 흑백처럼 나오는 카운트의 경우는 시작할 땐 쨍한 화면이 아닌데 8이 되면서 블루톤의 쨍한 화면이 시작된다.

그때부터 감탄이 나오며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cgv천호 IMAX관은 그렇지 못했다.

영화 상영 전 광고도 촛점이 약간 안맞은듯 보였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화면에서 블루톤으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촛점이 안맞아보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숫자들의 경계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보여야하는데 무뎌보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4K화질의 모니터에 720p영상을 재생한 느낌이랄까?

이게 영화 내내 그랬다.

마치 촛점이 안맞은 상태로 촬영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엄청 피로해졌다.

내 눈은 계속 촛점을 맞추기 위해 온 힘을 써야했다.


영화도 사람이 촬영하는거라 촛점이 안맞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 화면에 나오는 자막은 그럴 일이 없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이미 한 번 봤기때문에 이 영화에 한글 자막이 아닌 자체 자막이 한번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 자막이 나오길 기다렸다.

역시나 그 자막도 촛점이 맞지 않았다.

두시간 반이 넘게 촛점이 안맞는 영화를 보고 나오니 너무 힘들었다.

상영이 끝나고 밖에 나와서 사물을 보니까 눈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사물들을 보는 내 눈은 촛점을 잘 맞췄고 세상은 4K영상보다 더 고화질의 쨍한 느낌이었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 시작부터 문제를 느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공교롭게도 내 좌우에 사람들이 많아서 영화 중간에 나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음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부랴부랴 관계자를 찾았다.

하지만 저녁시간이라 그런건지 누구 물어볼 사람이 없더라.

한참을 찾다보니 물건을 파는 cgv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관계자를 불러주겠다고 했고 조금 더 기다린 뒤 겨우 관계자라는 사람을 만날 수가 있었다.


내 눈에는 이 영화의 촛점이 안맞아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IMAX사에서 매일 관리를 해주고 자동으로 촛점을 맞추기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너무 답답해서 그러면 다음 영화 시작할 때 같이 보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다음 상영도 촛점이 안맞을거다. 라고 했고 그 사람도 그러자고 해서 같이 들어가서 한쪽 구석에 서서 영화의 시작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고 카운트를 하는 화면이 나왔다.

역시 아무런 변화는 없었고 블루톤의 화면으로 바뀌어도 칼같은 촛점은 없었다.

그 사람에게 지금 이건 정상적인게 아니다. 내가 과거 천호점에서도 3D긴 하지만 영화를 봤고, 용산에서도 봤는데 이렇게 촛점이 안맞는 경우는 없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자기가 오랬동안 일을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방금 본 화면도 자기 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촛점이 맞는지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눈으로 보고 체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극장에서는 그 시스템을 손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

기계가 자동으로 매일 촛점을 체크한다고는 하던데 솔직히 말해서 그 말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3D긴 했지만 cgv용산에서도 이 영화를 봤다고 하니까 그 관계자는 거기와 비교를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다. 아무래도 용산은 최신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최신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촛점이 안맞는 건 그냥 기본적인 문제다.


결국 나는 혼자 제대로 된 상영관을 촛점이 맞지도 않는 상영관이라고 주장한 꼴이 되었다.


나도 진상짓을 하고자 한 것은 아니니 그냥 안가면 되는거라 생각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왔는데,

문득 관람객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보자고 할껄 그랬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내가 관람한 회차는 이미 사람들이 갔을테니 어쩔 수 없지만, 시작부분을 함께 체크한 회차의 사람들은 설문 조사를 해볼 수 있었는데, 이 생각이 너무 늦게 떠올라서 아쉬웠다.


사람의 눈이란게 컨디션에 따라서, 개개인의 환경에 따라서 느껴지는 게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말 내 컨디션이 안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와서 사물을 봤을 때의 그 느낌, 다음 회차 시작부분을 볼 때의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cgv천호 IMAX관은 영화를 관람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뭐 나 하나가 안가도 거기 영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테지만,

그리고 어쩌면 딱 그 회차에서만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영화라는 건 그 순간이 지나가면 끝인건데 그런 걸 도박할 수 없지.

게다가 기껏 보고나서 촛점이 안맞았더라도 내가 그걸 증명해야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하고,

함께 체크하는 관계자의 눈이 나보다 덜 예민하다면 더더욱 증명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다시는 cgv천호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굳이 거기는 가지 말길 권한다.


영화가 끝나고 거의 한시간이나 지나서 극장을 나오면서 허탈한 마음을 안고 티켓 인증샷을 찍었다.

이딴걸 볼려고 편도 한시간이나 걸려서 왔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서 힘들었다.

내 인생 최악의 상영관인 cgv천호여 이젠 안녕...


그리고,

이런 문제를 느낀다면 바로 뛰어나가서 관계자를 찾아서 이야길 해야한다.

지나고나면 무조건 끝이다.

  Comments,     Trackbacks